종로, 길을 걷다...

Posted by Casker
2010. 1. 11. 20:32 일상
종로에 가야한다. 아침 일찍 눈을 떴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와 살짝 찌릿하게 아파오는 허리 때문에 조금은 뭉기적 거리다가 1시가 돼서야 겨우 집을 나섰다. 아직 길에 눈들이 많아서 길이 막힐까봐 지하철을 타려다가 어두운 벽밖에 보이지 않는 지하철의 답답함이 싫어서 버스로 마음을 바꾸곤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같은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나름 소소한 재미가 있다. mp3에 심취해서 음악만 듣는 사람, 옆 사람과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 홀로 우두커니 서서 안절부절하며 시계와 버스가 오는 쪽 도로를 번걸아가며 쳐다 보는 사람. 하지만 단 한사람도 옆의 사람을 뚫어져라 보거나 눈길을 마주치는 사람은 없다. 행여 우연히 눈빛이 마주치면 급히 눈길을 돌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는 척을 한다. 나도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좀 어색함을 느끼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이런게 심한것 같다. 가끔이긴 하지만 지하철 같은데서 외국인과 눈길이 마주치면 외국인들은 코믹한 표정을 짓거나 눈인사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던데...

아무튼 10여분을 기다리자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왔다. 냉큼 올라타곤 빈 자리를 살폈는데 이미 좌석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5~6 정거장 정도 지나자 내 앞의 한 사람이 내린다. 냉큼 그 자리를 꿰차곤 가방을 배 앞쪽으로 해서 끌어안았다. 평소 같으면 좀 서서 가겠는데, 이상하게 허리가 시큰거려서 무리해서 서서 가면 안 좋을것 같았다. 이어폰으론 라디오를 듣고, 창 밖 스치는 풍경으로 시선을 흘려가며 10정거장쯤 지났을까?... 툭툭... 누군가 친다. 고개를 돌려 보니 백발의 할머니가 (환갑은 넘어보였다...)
'학생 나 좀....' 이라면서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강력한 눈빛을 쏘아댄다. 평상시 같으면 바로 양보를 했겠지만 아픈 허리 때문에 조금은 주저하며 자리를 양보했다. 사실 양보하면서도 흔들리는 버스 때문에 허리가 계속 시큰거려 오니 나도 정상적인 요금 내고 탄건데...라며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10여분이 흐르자 종로 도착. 종로에서 하려던 일은 생각보다 금새 마무리 되었다. 막상 너무 쉽사리 마무리되니 집에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졌다. 결국 피아노거리를 통해서 청계천으로 향했다.



청계천으로 향하면서 사진기도 들고 나갔겠다...뭔가 찍을게 없을까 하며 두리번 거리다가 보인 태극기...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 날씨라서 힘없이 푹 쳐진게 무언갈 떠올리게 했다. 아무튼 걸음을 계속해 청계천을 따라서 계속 걸었다.





청계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했는데 빨간 신호라서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데 노란헬륨 풍선을 들고가는사람을 발견. 사진을 찍어보려 했으나 타이밍을 잡다가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50mm렌즈의 아쉬움을 느낀 순간.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청계천으로 내려가려던 생각을 바꿔서 그냥 주변 길을 걷기로 마음을 바꿨다.





주변으로 쭈욱 심어진 가로수 가운데 한 나무에 이름 모를 새가 앉았다. 노란빛깔의 예쁘장한 새였다. 역시나 이 녀석도 금새 사라져 버렸다. 노란색 피사체들은 찍으려고만 하면 금새 사라지는구나.





사진 찍는 젊은 연인들과 여행객, 동호회인들 사이로 노인 한분이 조심스럽게... 불안한 걸음으로 뒤뚱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뭐 노인들 찍으면서 쓸쓸한 분위기네 어쩌네 하는거 좋아하지 않지만 한 컷 담게 됐다. 말끔히 차려 입은 모습이 그런 이미지랑은 조금 거리가 멀어서 였을까?...





청계천의 풍경...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예쁘게 청계천 주변을 덮고 있었다. 조금 더 가니 구청소속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 쇠삽으로 꽝꽝 얼어버린 눈을 치워내고 있었다. 이것도 이제 몇일 뒤면 안녕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눈 구경을 참 오래한 것 같기도 하고...





눈 쌓인 징검다리...






종로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점상. 난 이런 노점상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노란 불빛의 느낌이 너무 좋다. 이런걸 보면 어김없이 한장 찍고 가게 된다. 덕분에 컴퓨터를 뒤져보면 이런 비슷한 사진이 여러장 나온다. 먹고 싶어서 찍는건가 싶기도 하고.









아직 트리 장식용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봄이 올 때까진 아마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계속 걸어둘 모양이다.

 


인사동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본 참새 떼... 족히 200 마리는 넘어보였다. 참새들도 다들 추워서 몸 맞대고 있는건가. 평소엔 잘 못보던 참새라서 신기해서 우두커니 서서 여러장 찍었다. 옛날엔 참새가 흔했는데 요샌 닭둘기만 잔뜩 보이고 참새가 되려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공해를 피해서 딴데로 다 이사 간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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