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항생제....그리고...

Posted by Casker
2010. 2. 27. 15:30 일상

어렸을 적 유난히도 자주 치과를 드나들었던 나는 병원에 들어서면 딸랑딸랑 거리는 풍경(?)소리와 그 특유의 병원 향이 싫다. 지이잉-하며 환자들의 이를 갈아내는 소리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난다. 병원들은 모두 다 같은 방향제를 쓰는 것도 아닐텐데 병원만 가면 풍겨오는 향이 있다. 아마도 사용하는 알콜이나 기타 약품들에 의한 향인듯 한데 동네 병원에선 알콜 냄새가 진동을 했고, 일전에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도 엘레베이터 앞에만 서면 포르말린 냄새가 진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병원 건물 안에 있어서 병원의 향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반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도 유난히 적응이 안되던 냄새였다.


오늘 아침 어제 받은 치료의 경과를 보기 위해서 다시 병원을 찾았다. 10시까지 오라고 했지만 아침에 꾸물거리다가 보니 오늘도 1시간여 늦게 도착하고야 말았다. 이상하게도 다른 곳은 일찍 일찍 나가서 10여분을 미리 기다리는곤 하지만 병원을 찾을 때면 항상 꾸물거리다 늦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다니는 피부과는 병원하면 딱! 하고 떠오르는 향이 나는 병원은 아니지만 역시나 병원 아니랄까봐 레이져 치료할 때 나는 살 타는 냄새(?)가 종종 나곤 한다. 나 역시도 레이져 치료를 받지만 냄새만 맡아도 몸이 움찔 움찔 위축되는게 치료 받는 사람의 고통이 내 살갗으로 전달 되는듯 하다. 아주 싫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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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치료를 받을 때 이전 보다 훨씬 아픈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역시나 전보다 훨씬 붉게 생긴 상처들과 생각보다 많이 진물이 났다. 상처를 잘 아물게 한다던 듀오덤 녀석은 진물을 한웅큼 머금어서 종이장처럼 얇던 두께가 물에 퉁퉁 불은 어묵마냥 부풀어 올랐다. 얼굴을 깨끗이 닦아내고 새로운 듀오덤 녀석으로 교체 했다. 상처가 생각보다 심하다며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잔뜩 긴장을 했고, 약국에서 구입한 항상제를 병원 문을 나서며 후딱 먹어치웠다. 덧나면 안될텐데. 이래저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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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서서 집에 돌아오기 위해 버스 정류장 앞에서 기다리다가 앞에 있던 작은 노점에서 로또를 샀다. 얼마전 까지 매주 1~2천원씩 재미삼아 해왔었는데 십여개의 숫자 중에서 단 하나도 맞아들어가지 않는 걸 보며 '아 난 역시 횡재랑은 거리가 먼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동안 구입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퉁퉁 부어버려 앞도 뿌옇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로또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지갑을 열어보니 천원짜리가 2장 있길래 자동1게임, 내가 좋아하는 번호로 1게임을 구매 했다. 물론 당첨 안 될거라는건 예상하지만 노점의 유리창에 비친 상처투성이에 퉁퉁 부어버린 얼굴을 보며 왠지 나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달까...저녁 당첨 때까진 그래도 잠시나마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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